노은老隱 늙으막 농부·
감
따뜻한 봄바람에
보잘 것 없는 하이얀 꽃이 피었네.
여리디 여린 파란 열매가
맺는가 했더니
여름 장마에
여기저기 뚜두둑 떨어지네.
그나마 남은 몇 개가
굵어지는가 했더니
떫디떫은 속살로 단단히 굳어져 버렸네.
모진 비바람을 견디어 내기 위해
그렇게 떫고 단단해졌나 보다.
가을이 깊어서야
붉은 빛으로 물들었네.
스산한 찬바람에 잎은 지고
아직도 안쓰럽게 매달려
떫음도 단단함도 농익어
달고 부드러운 속살이 되었네.
퇴직 후 노인이 숨어 살았던 곳이라고 알려진 충주시 노은(老隱)면에 젊은 시절 마련해 두었던 밭에서 주말농장처럼 소일거리 삼아 분당에 살면서 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입니다.